"설화는 돌이지만, 문장은 바람이 되어 마음을 흔든다."
1. 바위 위 세 신격, 설화와 조우한 순간
충청남도 태안, 조용한 해변을 지나 깊숙한 산자락으로 들어서면 마애삼존불이 바위 위에 새겨져 있다. 세 개의 부처상이 부드러운 미소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고, 수백 년의 세월 동안 바람과 비, 침묵을 견디며 이 자리를 지켜왔다. 이 조각상은 단지 종교적 신앙의 대상만은 아니다. 이곳에는 바다에서 떠내려온 아이가 돌 위에서 자라 부처가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설화는 바위 위에 남은 흔적처럼, 말없이 이 풍경을 감싸고 있다.
그날 나는 마애삼존불 아래 서서 조용히 바람을 맞았다.
문득 마음속에서 한 문장이 떠올랐다.
“설화는 돌에 새겨진 문장이 아니라, 바다의 기억이 깎인 조형이다.”
바위는 말이 없었지만, 수많은 전설과 감정들이 그 표면에 고요하게 침전되어 있었다.
신령한 기운과 전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듣고 한 줄의 글을 적는 나 —
그 교차점은 곧 문학이 시작되는 자리였다.
마애삼존불 앞에서 나는 시간과 감정, 신화와 언어가 만나는 경험을 했다.
눈에 보이는 부처상보다 더 깊이 와닿았던 건, 그 뒤에 숨은 사람들의 기억과 상상력이었다.
설화는 누군가의 말에서 시작되었고, 그 말은 다시 글로 남는다.
나는 그날, 바위 앞에서 문장을 적으며 깨달았다.
문학은 신화의 그림자를 따라 걷는 일이며, 돌과 바다가 맞닿는 순간 거기서 시작된다는 것.
2. 바위와 바람, 시인의 시선이 머문 자리
삼존불이 조성된 바위 앞에서 나는 노트를 꺼내 문장을 적기 시작했다. 바람이 부드럽게 속삭이는 듯했고, 파도 소리는 멀리서 퍼져왔다. “바위 위 부처의 눈길이 바람과 어우러져, 나는 설화의 마지막 문장을 쓴다”는 문장이 떠올랐다. 신앙과 자연, 설화의 정서가 합쳐져 문학적 리듬을 만들어냈다. 이 문단은 ‘자연풍경이 설화의 문장과 겹쳐지는 체험’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3. 즉석 낭송과 창작, 설화와 문장이 만나다
절터 주변에는 작은 즉흥 낭송회가 열렸다. 참여자들이 각자 노트에 적은 한 구절의 문장들을 바위 아래서 낭송하고, 이어서 각자가 설화 속에 들어가는 한 문장을 썼다. 나는 노트에 이렇게 적었다: “마애삼존불 아래 문장은 돌의 숨결을 담고, 그 설화는 내 시 속에 깨어난다.” 낭송은 단순한 읽기를 넘어 설화와 문장이 현장에서 만나 울림을 만드는 순간이었다.
4. 여운으로 남은 조형과 문장, 삶으로 이어지는 기록
체험이 끝난 후 각자의 문장을 나누며 이야기했다. 어떤 이는 “설화는 바위에 진동으로 남았고, 나는 그 진동을 문장으로 적었다”고 했고, 또 다른 이는 “문장이 바위와 바람 사이에 떠 있다”라고 표현했다. “마애삼존불의 고요함이 내 마음속 작은 설화가 되었다”는 한 문장은 이 체험의 핵심을 보여준다. 문학은 장소에 머무르지 않는다. 설화와 자연, 조형과 언어가 만나 삶 속에 스며들며 문장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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