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시 문화 탐방기

함양 상림 숲길, 문장 속을 걷다

easy-info1 2025. 8. 16. 13:25

1. 숲길의 첫걸음, 문장이 숨 쉬는 공간

 

경남 함양의 상림 숲길은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다. 천년을 넘긴 생명의 터전이자, 고요한 사유가 시작되는 문학의 서막 같은 곳이다. 오래된 느티나무들이 길 양쪽을 지키고 있고, 사이사이 흐르는 바람과 작은 연못의 물결은 마치 한 문단의 쉼표처럼 자연스럽게 시선을 멈추게 한다. 이 숲은 조용하지만 명확하게 말을 건다. 나무는 침묵하고 있지만, 그 침묵 속에 수많은 언어가 숨어 있다.

 

숲길에 들어선 순간 나는 무심코 노트를 꺼냈고, 첫 문장을 적었다.

“상림 숲길의 숨결이 문장이 되어 내 발걸음을 인도한다.”

정확히 그런 느낌이었다.

걷는다는 행위는 단지 이동이 아니라, 문장 하나하나를 따라가는 일처럼 느껴졌다.

나무들은 문학의 리듬이 되었고, 바람은 문장의 사이를 매끄럽게 이어주는 연결어가 되었다.

 

상림 숲길은 자연이 편집한 책장이다.

하나하나의 나무는 한 줄의 시고, 바람은 낭독이고,

그 속을 걷는 나 자신은 그 시를 따라 읽고 있는 독자이자 시인이다.

이곳은 문장이 고요히 태어날 수 있는 공간이자, 감정이 방해받지 않고 흐를 수 있는 문학의 서식지였다.

그날의 숲은 단지 초록빛 풍경이 아니라, 내가 첫 문장을 떠올릴 수 있게 해준 조용한 선생이었다.

 

2. 잎사귀 사이로 읽는 시, 자연의 언어 해석

 

숲길을 걷다 보면 잎사귀 사이로 햇빛이 흩어지며 리듬을 만든다. 나는 조심스럽게 노트를 꺼내 시구를 적었다. “빛이 흔들리는 잎사귀 하나가 시어처럼 내 노트 위에 흔적을 남긴다”는 문장이다. 자연의 언어를 감지하고, 그것을 글자로 번역해 보는 체험이었다. 숲의 감각은 지워지지 않는 문장으로 바뀌어, 순간순간 내 마음에 새겨졌다.

함양 상림 숲길, 문장 속을 걷다

 

3. 즉흥 시 쓰기, 숲길에서 느끼는 감정의 흐름

 

숲길 한가운데 벤치에서는 즉흥 시 쓰기와 낭독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감정을 한 줄 시로 적고, 서로 앞에서 읽었다. 나는 낭독 중 이렇게 읊었다: “숲의 숨길을 따라 흐르는 내 문장도 언젠가 오래된 나무의 기원이 되리라”. 낭송된 한 줄 시는 숲의 공기를 타고 울렸고, 서로의 문장에 귀를 기울이는 순간 숲길이 문학의 공동체가 되었다.

 

4. 시의 파동, 숲길과 문장이 공명하다

 

낭독 후 잠시 침묵 속에서 숲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느낀 문장은 이랬다. “숲길의 파동이 내 문장 위에 잔잔히 퍼지고, 그 파장은 오래된 언어로 다시 되돌아온다”. 숲의 정적과 시의 울림이 결합하면서, 나는 우리말의 숨결이 숲과 연결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숲길에서 문장은 단순한 단어가 아니라 생명처럼 울림을 만드는 요소였다.

 

5. 여운이 일상이 되는 기록, 삶 속 문학으로 흐르다

 

체험을 마친 후, 참가자들은 자신이 적은 문장을 찻집에서 나눴다. “숲길에서 쓴 시가 내 하루를 조용히 바꿔놨다”, “바람과 나뭇잎이 문장이 되어 내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는 반응이 있었다. “문장은 숲길을 걸으며 태어나, 삶의 기억으로 흐른다”는 한 문장은 이 체험의 핵심을 요약했다. 문학은 장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숲길의 여운은 일상 속 작은 문장으로 반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