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시 문화 탐방기

진안 마이산 탑사, 돌탑 속 숨은 이야기의 조각들

easy-info1 2025. 8. 20. 09:08

1. 돌탑 위 첫 호흡: 탑사 돌탑 풍경에서 문장이 깨어나다 – 돌탑과 문학의 시작

 

진안 마이산 탑사에 들어서면 수천 개의 돌탑이 저마다 다른 결로 쌓여 있다. 기계나 기술 없이 오로지 사람의 손으로 올린 탑들. 그 정적의 풍경 안에서 나는 문장을 꺼냈다. 돌탑은 단순한 쌓기의 결과물이 아니었다. 하나의 돌에는 한 사람의 소망이, 그 위의 돌에는 또 다른 시간의 기도가 얹혀 있었다. 나는 그 앞에서 노트를 꺼내 첫 줄을 적었다.

“돌 하나하나가 침묵의 언어로 말하고 있었다. 그 말은 문장이 되어 내 손끝으로 흘러내렸다.”

 

누군가는 가족을 위해, 누군가는 지나간 인연을 위해, 또 누군가는 막연한 바람 하나로 돌을 얹었을 것이다. 그 마음들이 켜켜이 얹혀 생겨난 풍경은 말보다 깊었다. 글은 말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이런 고요한 순간에 피어나는 것임을 처음으로 실감했다. 탑사의 돌들은 시보다 깊고, 소설보다 풍부한 사연을 품고 있었고, 그 돌들의 침묵은 어느새 문학의 첫 호흡이 되었다.

진안 마이산 탑사, 돌탑 속 숨은 이야기의 조각들

 

 

2. 돌 하나에 담긴 조각, 즉흥 문장 속 설화 발견 – 설화와 즉흥 글쓰기

 

돌탑 앞의 벤치에 앉아 나는 손에 든 조약돌 하나를 오래 바라보았다. 돌 하나가 이리도 오래된 감정을 품을 수 있다면, 그 속엔 분명 오래전부터 깃들어온 이야기가 있었을 것이다. 문득 떠오른 문장을 노트에 옮겼다.

“돌이 숨 쉬듯 깃든 그림자가, 내 문장 속 작은 설화가 되어 피어난다.”

 

이 돌은 누구의 기억일까. 혹은 전설의 잔해일까. 함께한 참여자들도 자신의 돌을 골라 즉흥으로 글을 적기 시작했다. 시조를 쓰는 이도 있었고, 짧은 산문을 쓰는 이도 있었다. 누군가의 글에는 어머니가, 누군가의 글에는 잊힌 연인이, 또 누군가는 잃어버린 시간을 담아냈다. 돌 하나가 이야기 하나가 되었고, 이곳은 설화가 조용히 재생되는 무대가 되었다. 글을 쓰는 손끝에서 느껴지는 무게는 바로 이 장소가 주는 전언이었다.

 

3. 낭독과 돌소리, 탑사에서 열린 작은 문학회 – 문학 낭송과 공동체의 울림

 

오후가 깊어지자, 탑사 골짜기에는 작은 낭송회가 열렸다. 참여자들은 각자가 적은 한 줄 문장을 꺼내어 돌탑 앞에 서서 낭송했다. 돌 위에서 울려 퍼진 목소리는 바람을 타고 퍼졌고, 돌과 돌 사이의 틈으로 스며들었다. 나는 한 문장을 천천히 읊었다.

“문장이 돌 위에 얹히면, 그 돌의 숨결이 함께 울린다.”

 

낭송이 끝날 때마다 주변에서는 조용한 박수와 눈빛이 오갔다. 한 줄의 문장이 어떤 이의 기억을 건드리고, 낯선 이들의 가슴을 물결처럼 흔들었다. 이곳은 문학이 ‘혼자 쓰는 것’이 아닌, 함께 나누는 호흡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돌탑과 문장, 그리고 사람들의 울림이 하나로 엮이며 그 자리는 하나의 공동체가 되었다. 거창하지 않았지만, 깊은 울림이 있었다.

 

4. 여운이 삶으로 흐르다: 돌탑에서 일상의 문장으로 – 문장은 삶으로 이어진다

 

체험이 끝나고, 참여자들은 자신이 쓴 문장을 메모지에 적어 나누었다. 누군가는 그것을 지갑에 넣고, 누군가는 핸드폰 뒷면에 끼워 보관했다. 어떤 이는 말했다.

“돌 위에 쓴 문장이 내 마음속 돌탑처럼 쌓인다.”

또 다른 이는 말했다.

“작은 돌이 내 하루의 문장이 되었다.”

 

문학은 이곳에서 끝나지 않았다. 탑사에서 꺼낸 문장 하나는 일상 속 어딘가에서 다시 이어졌고, 그날의 체험은 글을 쓰는 습관이 되기도, 마음을 가다듬는 휴식이 되기도 했다. 마이산 탑사는 그저 돌을 쌓은 풍경이 아니라, 사람과 자연, 말과 침묵이 하나의 결로 이어지는 문학의 기점이었다.

이처럼 문장은 책상 위에서만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한 줄의 기도처럼, 하나의 돌처럼, 그 자리에서 조용히 깨어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