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학과 나비의 만남, 감각이 열리는 첫걸음
전라남도 함평의 나비축제는 단지 자연을 관찰하는 축제가 아니다. 해마다 이곳에선 나비를 주제로 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그중에서도 유독 인상 깊은 체험이 있다. 바로 나비의 섬세함과 문학의 촉각이 만나는 ‘문학 체험 프로그램’이다. 나비 해설 길을 따라 축제장을 한 바퀴 돌다 보면 중간에 작은 부스 하나가 보인다. 그곳에서 방문객들은 나비에 관한 시와 수필을 읽고, 직접 글을 써보는 조용한 체험의 시간을 갖는다.
처음엔 안내자가 나비의 생태와 생명 주기를 짧게 이야기해준다. 그 후 종이와 펜이 건네지고, 참가자들은 나비를 바라보며 느낀 것을 한 줄이라도 적어보라는 말을 듣는다. 단순한 글쓰기 체험처럼 보이지만, 그 순간은 사실 감각이 열리고, 자연이 언어로 바뀌는 경계의 지점이다.
바람에 날리는 나비의 날갯짓은 감정의 떨림이 되고, 그 떨림은 펜 끝을 통해 문장으로 이어진다.
분홍빛 나비가 주위를 맴도는 순간, 펜을 쥔 손끝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다. 어쩌면 이 체험은 ‘글을 쓰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감각을 다시 느끼는 법을 가르치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나비를 바라보며, 아주 조용히 시작된 이 글쓰기 속에서 참가자들은 자연과 문학이 만나는 길목에 서게 된다.
문학은 멀리 있지 않았다. 그것은 나비가 멈춘 잎 위에도, 종이 위 첫 단어 속에도 이미 살아 있었다.
2. 생태 관찰 후 글쓰기, 나비와 교감하는 문장들
두 번째 체험은 숲 속 곱게 펼쳐진 나비 숲길을 따라 간단한 생태 관찰을 한 후, 표본 대신 감상 위주의 글을 쓰는 프로그램이었다. 참가자는 직접 나비 한 마리가 꽃 위에 앉는 장면을 지켜보고, 나비의 날갯짓과 꽃잎의 움직임, 햇살에 반짝이는 날개를 어렴풋이 문장으로 받아 적었다. 어떤 이는 “나비는 나를 스치듯 지나갔고, 나는 그 속에서 사라지는 여운을 품었다”라는 문장으로 표현했고, 또 다른 이는 “꽃잎 위에서 쉼 없이 흔들리는 날갯짓은 시간이 아닌 감정을 기록하는 방식 같다”고 적었다. 이처럼 프로그램은 나비의 모습을 단지 관찰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생태와 감정을 문학으로 전환하게 만드는 장치였다.
3. 낭독과 즉흥 시쓰기, 축제 속 작은 문학회
프로그램 중반에는 참가자들이 모여 나비에 대한 느낌을 짧게 낭독하고, 즉석에서 시 한 줄을 지어보는 시간이 준비되었다. 참여자들은 자신이 쓴 글을 서로 앞에서 읽었고, 어떤 이는 글 대신 나비를 형상화한 작은 그림과 함께 시를 읊었다. 즉흥 시 질문 예: “나비가 내게 한마디 한다면?” 같은 주제로 짧은 문장들이 오갔고, 어린 참가자는 “너는 자유로운데 나는 날개를 가진 적이 없다”라는 솔직한 시구로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자아냈다. 마치 작은 문학회처럼 자연스럽게 서로의 글에 반응하는 분위기는, 축제 속 문학이 어떻게 공동체의 언어가 되는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누구나 문학을 만들어가는 축제의 현장이었다.
4. 함평의 자연과 문학, 관람객의 내면으로 스며들다
마지막 문단에서는 이 체험 프로그램이 축제와 별개로 한 명의 문학적 체험으로 깊게 남았다는 점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참가자들이 돌아간 후 설문에서는 “축제를 단순한 볼거리가 아닌, 나를 돌아보게 만든 시간”이었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어떤 이는 “나비가 내 마음 깊은 곳에 날갯짓을 남겼다”는 문장을 남겼고, 또 다른 이는 “그 짧은 한 줄이 내 삶의 또 다른 페이지였다”고 표현했다. 이처럼 프로그램은 관람객의 내면에 문장이 스며들도록 설계된 경험이었다. 자연 풍경이 끝나지 않고, 글과 느낌으로 확장되어 삶 속에 남는 소중한 기억으로 연결된 것이다. 나비축제에서 마주한 작은 문학회였지만, 그 영향은 오래도록 마음에 깃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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