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은 내 발자국 위에 떨리고, 숲길은 그 떨림에 시를 남긴다."
1. 시가 시작된 길, 메타세쿼이아 숲의 울림
담양 메타세쿼이아 길은 단순히 나무가 늘어선 산책로가 아니었다. 숲길 입구에 들어선 순간, 풍성한 초록빛 터널이 마치 한 겹의 비단처럼 몸을 감싸안았고, 나는 그 안에서 조용히 걸음을 멈췄다. 수많은 나무들 사이를 천천히 걷다 보니,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 하나하나가 시처럼 느껴졌다.
이곳에서 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나무들이 먼저 말을 걸어왔기 때문이었다.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줄기, 이따금 햇살이 스며드는 가지 사이의 틈, 그리고 땅을 살짝 스치는 바람의 리듬이 어느새 한 줄 시가 되어 마음속에 들어왔다. 나는 나무 앞에 멈춰 서서, 깊게 숨을 들이쉬었고 그 순간마다 떠오른 이미지를 글로 옮겼다.
숲길 전체는 한 편의 시가 되어 있었고, ‘길이 시가 되는 순간’이라는 말이 더 이상 비유가 아니었다. 실제로 이 길을 걷다 보면 자연이 주는 리듬과 감정에 따라 발걸음도, 시선도 달라진다. 시인의 감수성이 아니라도, 누구나 자신만의 언어를 떠올릴 수 있는 공간이었다.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길은 그래서 단지 걷는 길이 아니라, ‘써 내려가는 길’이기도 했다.
2. 발자국과 문장, 걸음 속에 적힌 시선
길을 걷는 동안 내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시적 관찰로 나아갔다. 낙엽 위에 찍힌 발자국, 작은 새소리에 반응하는 나뭇잎의 떨림, 바람결에 살짝 흔들린 나무껍질의 울림까지. 그런 순간들을 하나하나 적어 내려갔다. “한 걸음 뒤에 남은 발자국 위로, 나뭇잎 하나 떨며 시를 쓴다”는 문장을 적는 순간, 나는 이미 산문을 떠나 시의 언어에 머물고 있었다. 산책은 시가 되었고, 나의 시선은 산문 대신 시의 언어로 세계를 읽기 시작했다. 이 문단은 ‘걸음이 문장이 되는 체험’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구성되었고, 시적 시선이 자연과 어떻게 교감하는지를 보여준다.
3. 시간의 균열, 순간의 시어들
메타세쿼이아 길 한가운데 서서 시를 쓰다 보면, 시간의 흐름이 느려진다. 순간들이 모여 긴 호흡의 움직임이 되고, 그 안에서 시어가 탄생한다. 해가 숲길을 기울이면 나뭇가지 사이로 쏟아진 황금빛 불빛이 시의 어미처럼 반짝였다. 나는 그 빛을 “숲이 내게 보낸 한 줄의 비밀 메시지”라 적었다. 이처럼 숲길은 단지 풍경이 아니라, 문장의 풍경이었다. 시 속에는 나의 감정뿐 아니라 숲이 담고 있는 시간의 흔적이 함께 어우러졌다. 순간이 멈춘 그 자리에서, 나는 시어를 하나씩 끌어올렸다.
4. 완성된 시 한 편, 숲길과 내 마음의 연대
최종적으로 완성된 시는 짧지만 깊었다. 제목은 “숲길의 발자국, 나무의 속삭임”이었다.
길 위에
한 줄씩
발자국을 남기면
줄마다
나뭇잎 한 장
떨며
문장을 쓴다
이 시는 숲길 속에서 나의 발과 눈, 마음이 하나 되어 만든 기록이다. 나 자신이 숲길을 거닐며 쓰고, 숲은 그 위에 다시 이미지를 덧씌웠다. ‘완성된 시’는 단순한 텍스트가 아니라, 숲길과 나 사이의 감각적 교감이었다. 마지막 문단은 시 자체를 중심으로 ‘시가 숲길과 내게 어떤 연대를 만들었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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