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은 고향에서 태어나 삶으로 자란다.”
1. 고향의 뿌리, 강진 영랑생가에서 문학이 시작되다
강진에 위치한 영랑생가는 단순한 고택이 아니었다. 김영랑 시인이 태어나고 유년 시절을 보낸 이 집은, 그의 시어와 정서가 오롯이 스며 있는 살아 있는 문학 공간이었다. 낮은 담장과 초록 기와지붕, 그리고 마당을 감싸는 꽃나무들은 시인의 감수성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었고, 조용한 골목 안 그 풍경만으로도 시 한 줄이 떠오를 만큼 운치가 깊었다.
이곳에서는 매년 ‘영랑생가 문학제’가 열린다. 내가 찾았던 날은 축제의 첫날이었고, 생가 마당 한가운데에는 작은 시화전이 마련돼 있었다. 고운 한지에 적힌 시들이 바람에 살짝살짝 흔들릴 때마다, 김영랑의 시 속 언어가 다시 호흡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지역 주민들과 방문객들은 자유롭게 마당을 오가며 시를 감상했고, 아이들은 다소곳이 바닥에 앉아 시를 베껴 쓰는 체험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 문학제는 단순한 기념 행사가 아니라, 시인의 문학이 공간과 사람, 계절의 감각 속에서 되살아나는 장면이었다. 과거의 작품이 현재의 공간 속에서 다시 피어나고 있었고, 생가는 더 이상 기억의 공간이 아니라 살아 있는 문학의 무대로 거듭나고 있었다. 영랑의 고향, 그 뿌리에서 문학은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2. 생가 산책과 문학기행, 시인의 발자취 따라 걷다
문학제 중 시인의 생가를 중심으로 한 걷기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시인이 뛰놀던 마당, 잔디 위에서 꽃을 바라보며 썼을 법한 시 한 구절, 그리고 작은 창 너머로 보이는 논과 산 풍경. 참가자들은 생가 내부를 둘러본 후, 작가와 함께 시인의 시집 일부를 낭독했다. 감성 가득한 낭독이 끝나면 산책을 시작하는데, 시인의 시어가 머무른 장소 위를 걷는 경험은 문학 이상의 체험이었다. 문학기행이 감각을 불러내는 방식이 이 문단의 핵심이다. 단순한 관람이 아니라 시인의 기억 위를 걷고, 그 풍경 앞에 다시 문장을 내려놓는 시간이었다.
3. 주민과의 만남, 일상이 된 문학의 언어
문학제 일정에는 지역 주민 인터뷰와 작은 토크도 포함되어 있었다. 강진 어르신들은 입안 가득한 사투리를 섞어 김영랑 시인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한 주민은 “바람이 분 날이면 영랑 시인이 논두렁을 거닐며 시를 읊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주민들이 함께한 시간 속에서, 문학은 더 이상 먼 존재가 아니었다. 고향 사람들의 일상과 언어가 시 속 감정과 만나면서 문학이 사람들이 사는 삶 속에서 자라나고 있음을 실감하게 만드는 현장이었다. 이 문단은 문학이 고립된 예술이 아니라 공동체와 함께 숨 쉬는 삶의 언어임을 보여준다.
4. 고향 풍경에서 피어난 즉석 시 쓰기 워크숍
문학제의 하이라이트는 참가자들이 영랑생가 마당과 주변 논밭, 개울가에서 즉흥 시를 써보는 워크숍이었다. 참가자들은 종이와 펜을 들고 자연 속에서 관찰하고 느끼고, 스스로 문장을 만들어냈다. 어떤 이는 생가 담벼락 위 개나리 꽃을 보고 “기억이 쌓인 담벼락에도 봄은 다시 온다”라고 썼고, 또 다른 이는 논두렁의 바람결을 보고 “바람 속에는 수많은 계절이 흔들리며 노래하고 있다”는 시구를 탄생시켰다. 즉흥 시 쓰기는 단지 창작이 아닌, 고향과 문학이 만나 감정이 글이 되는 경험이었다. 걷고 보고 느끼며 남긴 문장들은 결국 고향의 언어로 다시 태어났다.
5. 문학제의 여운, 고향에 남은 문장들
문학제가 끝난 뒤, 많은 참가자는 시인의 고향에서 받은 감정을 고스란히 가져갔다. 설문 응답 중에는 “고향에서 돌아오고 나니, 내가 쓴 문장이 내 삶의 페이지가 되었다”는 문장이 있었다. 또 어떤 이는 “시인이 말한 풍경이 내가 다시 보게 된 풍경과 겹쳤다”고 표현했다. 이 문학제는 단순한 행사로 끝나지 않고, 참가자들의 내면에서 문학적 여운을 남겼다. 고향에서 피어난 문장들은 참가자들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었고, 고향과 문학이 연대하여 삶을 깊게 만드는 방식을 증명했다. 이 문단에서는 문학제가 끝난 후의 여운과 확산되는 기록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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