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가 머무는 언덕
서울 종로구 청운동의 한적한 골목길을 오르면, 회색빛 콘크리트 건물이 고요하게 서 있다. 겉으로는 단출하지만 그 안에는 하늘과 바람과 별을 노래했던 시인의 숨결이 가득하다. 윤동주 문학관은 시인이 겪었던 일제강점기의 시대적 고통과, 그 속에서 더욱 빛난 언어를 기록하는 공간이다. 높은 언덕에 자리한 문학관 앞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북촌과 한옥 지붕들이 이어져 있고, 그 위로 펼쳐진 하늘은 시인의 시구처럼 담백하고 투명하다. 이곳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시와 시대, 그리고 한 청년의 순수한 마음이 머무는 장소다.
2. 시대의 상처와 시인의 기록
전시실 안으로 들어서면, 일제의 탄압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쓴 시 원고, 필사본, 친필 편지가 차분히 전시되어 있다. 유리 너머에서 바라본 그의 글씨는 정직하고 단정했지만, 그 안에는 시대의 무게가 담겨 있다. ‘서시’, ‘별 헤는 밤’ 같은 시가 전시 패널에 새겨져 있어, 방문객은 걸음을 멈추고 읽으며 저마다의 감정을 되새기게 된다. 문학관의 어두운 조명과 벽면의 질감은 마치 그가 살았던 엄혹한 시대를 시각적으로 재현하는 듯하다.
3. 인왕산 자락에서 걷는 시의 길
문학관을 나서면 바로 이어지는 인왕산 자락의 산책로가 있다. 이 길은 윤동주가 바라보았을 하늘과 별을 상상하며 걷기에 더없이 좋은 코스다.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나뭇잎이 흔들리고, 그 사이로 햇빛이 스민다. 이곳에서는 그의 시가 책 속 글자가 아니라, 살아 있는 풍경으로 다가온다. 특히 해질 무렵, 붉게 물든 하늘 아래 서 있으면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한 구절이 자연스럽게 마음속에 떠오른다.
방문 정보
-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의문로 119
- 관람 시간: 10:00 ~ 18:00 (월요일 휴관)
- 입장료: 무료
- 주변 추천 코스: 윤동주 하숙지, 청운공원, 인왕산 둘레길, 북촌 한옥마을
- 문의: 02-2148-4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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