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시 문화 탐방기

수안보 온천과 이중환의 『택리지』, 여행 문학의 원형

easy-info1 2025. 8. 27. 09:14

1. 조선의 지리서 속에 기록된 온천의 도시

충청북도 충주시 수안보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 중 하나로, 그 역사가 무려 천 년을 넘는다. 온천의 존재가 역사서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조선 후기, 지리학자이자 실학자인 이중환이 저술한 『택리지』에서다. 『택리지』는 단순한 여행기나 지리 안내서가 아니라, 조선의 풍토와 인문, 그리고 삶의 지혜를 담은 생활 백과였다. 이중환은 수안보 온천을 언급하며 그 효능과 주변의 지리적 환경, 사람들의 생활상을 세세하게 기록했다. 당시의 수안보는 단지 목욕을 즐기는 장소가 아니라,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와 병을 치료하고 몸을 회복하는 회생의 공간이었다. 이중환이 기록한 수안보 온천의 물은 유황 냄새가 은은하고, 온기가 깊이 배어 있어 장기간 목욕하면 뼛속까지 따뜻해지는 특성을 지녔다. 이는 그가 단순히 풍경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물이 사람들의 삶과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까지 관찰했음을 보여준다.

 

수안보 온천과 이중환의 『택리지』, 여행 문학의 원형

 

2. 온천과 조선 사회, 그리고 여행의 의미

조선 시대의 여행은 오늘날처럼 레저나 관광의 개념이 강하지 않았다. 대개는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향하거나, 상업과 장사를 위해 시장을 찾아가는 실용적 목적이 컸다. 그러나 수안보 온천은 예외였다. 병을 치료하거나 심신을 회복하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는 조선 사회에서 ‘치유 여행’이라는 개념이 이미 자리 잡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온천 마을에는 자연스레 숙박 시설과 음식점이 들어서고, 먼 지방에서 찾아온 이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교의 장도 형성됐다. 이중환은 이러한 온천 문화를 관찰하며, 물리적 이동이 단지 공간을 넘나드는 일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지역과 지역을 이어주는 문화적 연결고리임을 『택리지』 속에 담아냈다. 그의 글 속 수안보는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사람들의 발걸음과 대화, 그리고 교류가 엮여 하나의 작은 사회를 이루는 생생한 현장이었다.

 

3. 현대 수안보,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거리

오늘날 수안보에 가면 이중환이 기록했던 풍경과 현대의 변화가 공존하는 독특한 장면을 만날 수 있다. 도심 중심부를 따라 흐르는 온천수는 여전히 53도의 높은 온도를 유지하며, 공공 족욕장과 노천탕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골목길에는 수십 년 된 전통 온천탕과 최신식 스파 시설이 나란히 자리해, 여행객들이 취향에 맞게 온천을 즐길 수 있다. 봄에는 벚꽃길이, 가을에는 단풍이 온천 주변을 물들이고, 겨울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노천탕에서 눈발을 맞으며 몸을 녹이는 경험이 가능하다. 또한 매년 열리는 ‘수안보 온천제’에서는 온천물 시음 행사, 전통 온천 체험, 지역 농산물 장터 등이 열려 과거의 온천 문화가 오늘날의 축제와 결합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곳의 거리와 사람들 속에는, 비록 세월은 흘렀지만 온천을 중심으로 이어온 공동체의 호흡이 여전히 살아 있다.

 

4. 여행자의 시선, 그리고 방문 정보

수안보 온천을 찾는 여행자라면 『택리지』의 기록을 마음에 두고 거리를 걸어보길 권한다. 옛날 온천터의 위치와 현재 온천장 사이의 변화를 비교해 보면, 수백 년의 시간이 만든 차이를 생생히 느낄 수 있다. 온천수에 발을 담그며 이중환이 느꼈을 법한 온기와 여유를 상상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 특히 온천 마을 주변에는 탄금대, 충주호, 월악산 국립공원 등 역사와 자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명소가 많아, 하루 이상의 여행 코스로 계획하면 좋다.

 

 

방문 정보

 

  • 위치: 충청북도 충주시 수안보면 온천리 일대
  • 온천수 온도: 평균 53℃, 천연 유황 온천
  • 운영 시간: 대부분 온천장 06:00~21:00 (업체별 상이)
  • 입장료: 성인 8,000원~12,000원 (업체별 변동)
  • 추천 시기: 봄 벚꽃철, 겨울 설경 시즌
  • 문의: 수안보 관광안내소 043-848-6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