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월 장릉, 방랑의 시작 앞에 선 침묵의 무게 강원도 영월의 장릉은 조선의 왕, 단종이 잠든 곳이다. 열다섯 나이에 왕이 되었으나, 곧 숙부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유배 끝에 죽음을 맞이한 그는, 권좌보다 먼저 성숙해야 했던 운명의 소년이었다. 그의 무덤을 품은 장릉은 단순한 능역이 아니다. 그것은 한 인간의 절망이 누워 있는 자리이며, 역사의 무게가 침묵으로 쌓여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우리는 ‘방랑’이라는 단어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 아닌, 권력에 의해 밀려난 존재의 부유. 장릉은 단종이 유배의 길에 던져졌던 그 순간, 세상으로부터 버려진 아이의 침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그의 발걸음은 거칠었고, 그 끝에는 자유도 희망도 없었다. 그러나 수백 년의 시간이 지나도 장릉은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