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선운사의 기도 소리, 전설을 품은 절집 전북 고창에 위치한 선운사는 단순한 불교 사찰이 아니었다. 절에 들어서는 순간, 깊은 산사의 고요함 속에서 오랜 시간이 겹겹이 쌓여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이곳이 그저 기와와 돌로 지어진 건물이 아님을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선운사는 천 년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수행자와 참배객들의 기도를 품어온 사찰이었다. 마당의 돌바닥은 수없이 오간 발걸음의 무게를 기억하고 있었고, 대웅전 뒤편으로 흐르는 작은 시내 소리까지도 수행의 시간과 맞물려 흐르고 있는 듯했다. 그 속에서 전해지는 가장 유명한 이야기가 바로 백제 무왕과 선운사의 인연이었다. 전설에 따르면, 무왕은 젊은 시절 방황하던 중 이곳 선운사에서 수행 중이던 한 고승을 만나 마음을 돌리게 되었고, 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