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절벽 끝에 쌓아 올린 삶의 문장 남해 다랭이마을은 산과 바다 사이, 가파른 절벽 위에 사람의 손으로 하나하나 쌓아 올린 독특한 마을이었다. 이곳은 평지를 허락받지 못한 이들이 선택한 삶의 자리였고, 그들은 산비탈을 깎아내고 돌을 쌓아가며 터전을 일구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논과 밭이 마치 계단처럼 층층이 이어져 있는 모습이 펼쳐졌다. 마을을 걸어보니 평평한 길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비틀린 골목, 좁은 돌계단, 굽이진 밭둑길이 이어져 있었고, 그 안에 사람이 자연과 타협하며 살아온 방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논 하나하나에는 단순한 경작 이상의 의미가 있었고, 삶의 무게를 버티고 일어선 사람들의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이곳의 풍경은 단지 ‘아름답다’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