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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단양, 박목월이 사랑한 풍경과 그의 시 세계

1. 단양의 사계절, 박목월 시의 배경이 된 자연의 시간 충청북도 단양은 단순히 아름다운 관광지가 아니다. 박목월 시인에게 이곳은 언어가 싹트고 감정이 자라는 토양이었다. 그는 단양 일대를 자주 찾았고, 그곳의 사계절을 온몸으로 느끼며 시의 씨앗을 틔웠다. 단양의 풍경은 그의 대표작 ‘나그네’, ‘산도화’, ‘청노루’ 등에 고스란히 녹아 있으며, 그 자연 묘사는 단순한 배경을 넘어서 정서를 일으키는 감각적 촉매제가 되었다. 설악산이나 지리산처럼 압도적인 산세는 없지만, 단양에는 소백산의 너른 품과 남한강의 곡선이 빚어낸 유려한 침묵이 있었다. 박목월은 그 곡선 속에서 시인의 마음을 비춰보았고, 계절마다 달라지는 빛과 바람의 결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다듬었다. 그에게 봄은 ‘피어도 소리 없는 꽃의 시간’이..

강화도 조양방직, 소설 속에 숨은 공간의 의미를 찾아서

참고 안내: 현재 "조양방직 카페는 강화도에 실존"하며, 베이커리·예술전시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이 글은 해당카페와는 전혀 무관하며 과거의 방직공장이 '문학적 공간'으로서 지닌 서사성과 상징성을 기반으로, "문학적 상상과 해석을 통해 서술"한 창작 콘텐츠임을 알려드립니다. 1. 조양방직의 과거, 침묵한 공간의 역사적 잔상 강화도 구 도심 한가운데, 시간에 발이 묶인 듯한 붉은 벽돌 건물이 있다. 바로 1933년 일제강점기에 세워져 1980년대 초반까지 가동되던 섬유 공장, 조양방직이다. 이곳은 오랫동안 ‘멈춰 선 공장’으로 기억되었고, 지역 주민들에게조차 낡은 폐건물에 불과했다. 하지만 세월은 그 침묵 위에 무언가를 쌓아놓았고, 지금 조양방직은 과거의 산업 흔적을 안은 채 새로운 기억을 생성하는 장..

경북 안동, 유교문화와 함께 살아 숨쉬는 퇴계 이황의 정신

1. 안동, 한국 유교문화의 살아있는 현장 경상북도 안동은 단순한 지방 소도시가 아니다. 이곳은 조선의 사상과 정신이 지금도 숨 쉬는, 유교문화의 원형이 살아 있는 고장이다. 안동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하회마을, 도산서원, 병산서원 등이 있으며, 마을 사람들의 삶 곳곳에 유교적 가치가 깊이 배어 있다. ‘효(孝)’, ‘예(禮)’, ‘의(義)’는 이곳에서 박제된 개념이 아니라, 일상의 언어이자 생활의 태도이다. 특히 안동은 조선 성리학의 대표 학자 퇴계 이황(1501~1570)이 태어나고 활동했던 곳이다. 그의 사상은 단지 서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풍경 속에, 사람들의 말씨와 표정 속에 살아 있다. 하회마을의 고택을 지나 병산서원 마루에 앉아 있노라면, 사색과 절제, 자연과 조화를..

전북 정읍에서 만난 시인 신경림의 흔적과 문학길

1. 정읍, 자연과 문학이 어우러진 도시의 새로운 발견 전라북도 정읍은 오랫동안 내장산의 단풍으로 잘 알려진 자연 관광지였다. 그러나 이 도시는 이제 점점 다른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겉보기엔 조용한 소도시처럼 보이지만, 천천히 걸어보면 이곳에는 시간의 결이 쌓인 길과 사색을 품은 골목, 문학의 숨결이 깃든 장소들이 있다. 정읍은 그 공간적 깊이를 바탕으로 스스로를 ‘문학의 도시’로 다시 써 내려가고 있다. 정읍시가 조성한 ‘문학길’은 단순한 걷기 코스를 넘어서, 지역 문인들의 시와 문장을 따라 도시의 정서를 함께 걷는 체험형 공간이다. 돌담길을 걷다 보면 눈길을 끄는 시구절이 나지막이 속삭이듯 다가오고, 어딘가에는 설명 없는 조각 문장이 바람에 실려 마음을 자극한다. 이 길에서 특히 주목받는 인물은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