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륵불 아래 시집 한 권, 문학이 깨어난 자리 충청남도 논산의 은진미륵불은 거대한 돌조각이다. 하지만 그 앞에 서면, 웅장함보다 먼저 찾아오는 것은 고요다. 마치 세상의 말들이 이곳에서 멈추는 듯한 침묵이 공간을 감싸고 있다. 그날, 나는 은진미륵 앞 좁은 골목에 앉아 시집 한 권을 꺼내 들었다. 시인의 문장이 바람을 타고 미륵의 발치로 흘러들었고, 나는 알 수 없는 울림을 느꼈다. 거대한 돌의 눈동자가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그 아래에서, 시 한 줄은 뜻밖의 온기를 품고 내게 다가왔다. “문장이 은진미륵의 바람이 되어 불렀다.” 그 순간, 나는 그 문장을 듣는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돌은 무겁고 단단하지만, 그 앞에서 펼쳐진 문장들은 오히려 더 부드럽고 깊게 울렸다. 침묵의 공간에서 시작된 문학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