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팔만대장경과 문학의 뿌리, 해인사의 여백 경상남도 합천의 해인사는 단순한 사찰이 아니다. 천년의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염원과 수행이 축적된 성역이며, 팔만대장경이 보존된 장소로서 한국 불교 정신과 문학의 근원적 뿌리를 품고 있는 공간이다. 팔만여 장의 경판에 새겨진 경구들은 단지 종교적 진리를 담은 문장들만은 아니다. 그것은 시대의 고통과 깨달음, 염원과 사색이 겹쳐진 언어이며, 그 반복과 절제의 리듬은 한 편의 시처럼 우리의 감각을 두드린다. 해인사는 그 자체로 고요한 언어다. 높은 산 속, 안개와 소나무, 기와와 돌길이 조용히 어우러진 이 공간은 ‘여백’이 무엇인지 몸으로 알려주는 장소다. 그 여백 속에서 우리는 문학의 시작을 본다. 말보다 앞서는 침묵, 문장보다 넓은 공간. 팔만대장경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