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성곽에 비친 달빛, 첫 잔의 문장으로전라북도 무주, 적상산성의 성벽 아래에서 나는 잔을 하나 꺼냈다. 해가 완전히 저문 뒤, 달빛이 성곽의 돌을 따라 조용히 흘러내렸다. 고요한 산속, 말없이 견고한 돌성벽, 그리고 한 잔의 술이 만들어낸 분위기 속에서 시인은 노트를 펼쳤다.“적상산성 돌 하나하나가 달빛 아래에서 술 한 잔의 문장이 되었다.”그 문장은 마치 오래된 전각의 기와 위로 떨어지는 이슬처럼 조용히 시작되었다. 성곽의 돌은 수백 년 전부터 자리를 지키며 수많은 밤을 지나왔을 것이다.그 위에 내려앉은 달빛은 시간을 비추는 동시에, 감정을 끌어올리는 불빛이었다.술 한 잔은 그 감정을 천천히 풀어내는 장치였고,그 순간의 조우—성벽과 술잔, 달빛과 문장—은 내게 문학의 시작처럼 다가왔다. 달빛은 말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