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 33

인제 인문학 캠프 참여기: 작가들과의 소도시 대화

1. 인제, 인문학을 품은 자연의 도시강원도 인제는 설악산 자락 아래 자리한, 산과 물의 기운이 가득한 고장이었다. 투명한 내린천이 마을을 가로지르고, 저녁이면 바람이 언어처럼 귓가에 스며들었다. 사람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이 도시는, 그 자체로 하나의 수필처럼 느껴졌다. 그런 인제에서 작가들과 독자들이 함께 모여 인문학 캠프를 열었다. 이 캠프는 화려한 무대나 복잡한 프로그램이 없었다. 대신, 소도시의 조용한 공간 안에서 자연과 사람, 글과 사유가 천천히 마주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지정된 장소에 모여 서로의 글을 낭독했고, 인근 숲길을 함께 걸으며 나무와 강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눴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도시의 소음 대신, 인제의 고요함 속에서 문장을 다시 써내려갈 수 있었고, 독..

카테고리 없음 2025.08.03

고성 탈놀이와 지역 구술문학의 의미

1. 고성 탈놀이, 지역 정서의 살아 있는 유산 경남 고성에서 전해 내려오는 탈놀이는 단순한 전통 공연을 넘어, 마을 사람들의 삶과 감정을 담아낸 집단 기억의 형식이었다. ‘고성오광대’라 불리는 이 탈놀이는 조선 후기부터 이어져 내려온 민속 예술로, 오늘날까지도 공연이 지속되고 있는 몇 안 되는 지역 탈놀이 중 하나였다. 현재는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7호로도 지정되어, 문화적 가치가 인정받고 있다. 내가 이 공연을 보러 갔을 때, 넓은 야외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하나둘씩 등장하며 극이 시작됐다. 각 등장인물은 과장된 몸짓과 강한 표정으로 관객 앞에 섰고, 그 움직임 하나하나가 단순한 흥미를 넘어서 시대와 삶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특히 양반과 파계승, 하인 등 계층 간 갈등을 풍자하는 장면에서는, 객석에서도..

보성 문학축제, 차향과 시향이 만나는 순간

1. 차밭 위에 피어난 문학, 보성만의 감성 축제 보성은 오랫동안 ‘차의 고장’으로 불려왔다. 계단처럼 이어진 녹차밭은 사계절마다 서로 다른 색감과 향기를 뿜어냈고, 그 안에서 문학이 피어나는 순간은 해마다 축제처럼 돌아왔다. 내가 보성 문학축제를 찾았던 날도, 햇살 아래 반짝이는 차잎 사이로 시 낭송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보성 문학축제는 단순한 지역 행사가 아니었다. 차문화와 시문학이 함께 숨 쉬는 국내 유일의 감성형 문학축제로, 이곳에서는 차를 마시며 시를 쓰고, 시를 읽으며 자연을 감상하는 순간들이 이어졌다. 초청된 시인과의 대화 시간에는 참가자들이 직접 질문을 던지고 짧은 시를 함께 낭독했으며, 일부는 즉석에서 시를 써보는 체험에도 참여했다.특히 인상 깊었던 건, 축제장 한편에 마련된 ‘차밭 낭독..